2012년 4월, 한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 중이던 패션기업.
이를 뒤늦게 알게 됐고 수소문 끝에 이 회사 대주주를 찾아갔다.
“의류사업을 해오면서 브랜드를 소중히 여기는 저와 계약해야
귀한 브랜드 유산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며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인수하게 됐다.
이 회사는 ‘시대셔츠’라는 토종 셔츠를 선보였고
그 후신으로 ‘예작’을 해외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의 셔츠로 자랑스럽게 선보이던 우성I&C였다.
인수결정의 유일무일한 요인은 바로 한국 셔츠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평생 패션업을 해온 내게 ‘브랜드’란 어떤 의미일까?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와 마주치고
수많은 브랜드의 탄생과 사라지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좋은 브랜드 훌륭한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은 실로 컸다.
오로지 패션 브랜드만을 눈여겨 보고 패밀리 브랜드를 속속 맞이했다.
경영이 녹록치 않던 K컬처 브랜드들을 잇따라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다.
2013년 ‘엘리트’ 학생복을 인수했다.
당시 학령 인구가 점차 줄어갈 것이기에
교복사업은 유망하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969년 이후 우리나라 학생복을 책임져온 매력적인 브랜드였다.
단순히 교복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젊은 세대들을 평생 고객으로 삼겠다는 그림으로 인수했다.
2015년에는 한국 제화를 개척한 ‘에스콰이아’를 인수했다.
1961년 작은 구두방에서 편하고 멋진 구두에 대한 일념으로
수백 컬레를 직접 뜯어가며 연구한 귀한 브랜드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자부심으로 1981년
제화업계 최초로 수출 1천만불탑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들 브랜드는 독특한 멋을 만들어낸 장인정신과,
시장을 열어온 개척자정신이 우리 패션의 역사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K컬처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더해졌다.
만일 수익 창출에만 몰두했다면 다른 길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K컬처 브랜드를 되살리고 싶다는 공명심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비즈니스 성공도 함께 이뤄내고자 했다.
브랜드 유산이 깊은 나라들은 장인 정신이 중시되는 문화가 있다.
또 프랑스의 패션‧이탈리아의 디자인‧일본의 정교함처럼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브랜드 스토리에 녹아 있다.
한편으론 경제 강국이기에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토종 브랜드를 단순하게 오래된 상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까지 담긴 소중한 K컬처 브랜드로
가꾸는 일이 미래 한국의 길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인들이 K콘텐츠, K팝, K푸드를 거쳐
이제 K패션에 주목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유성이 있고 로컬인 것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큰 힘을 갖는다.
문화, 사람, 스토리가 가미된 K-컬처의 잠재력을 믿는다.
우리에게는 100여년의 축적된 섬유패션 기술력과
세계 정상급의 생산 공급망이 있다.
여기에 첨단기술, 그리고 우리만의 문화와 스토리를 담아야 할 때다.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 상황에서,
K컬처 글로벌 브랜드화를 이뤄내 문화 수출은 물론
한국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