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시대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부지런한 사람은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다’는
신념 하나로 반세기 넘게 패션․섬유 오직 외길만 걸어왔다.
산업화의 큰 물결과 함께 창업세대로서 도전 DNA와 정신력을 기반으로
숱한 시련을 극복하며 시장을 열어왔다.
이런 과정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세상을 건너왔고,
이제 대변혁의 물꼬를 틀 AI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일직선의 변화가 아니라 다차원적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온몸으로 교감할 수 있는
유연하고 젊은 감각의 사람이라야 미래에 대응할 수 있다고 느낀다.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님은 ‘중년력’을 강조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문제해결능력과 판단력은 좋아져 지혜로워진다고 했다.
나 역시 7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젊은 사람들처럼 건강하려고
균형 있는 생활습관, 운동, 식사에 노력해 활력이 넘치는 ‘중년력’이라 자부한다.
패기와 연륜이 조화로울 때, 대변혁 시대에 창조경영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고 본다.
이젠 후계세대에게 더 많은 길을 터주고,
창업세대로서 지속가능성과 함께
‘내’가 아닌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내 남은 삶의 여정이자 기업가로서 목표를 되짚어 본다.
첫째, K-컬처 실현에 헌신하겠다.
평생 국민패션 실현에 성공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성과는 아직 미완의 과제.
최근 K-라이프스타일의 위상이 높아지며 K-콘텐츠, K-팝, K-푸드, K-뷰티에 이어
이제 K-패션의 부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적 감성과 기능이 정교히 융합된 우리의 인프라라면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
한복 역시 기회이다. 한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우리 ‘정체성’과 ‘미’를 상징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K-한복이 실현될 수 있게 힘쓰겠다.
올해 경주 APEC 정상회의에도 우리 섬유패션의 기술과 감성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둘째, 우리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도화선을 놓고 싶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면
섬유산업이야말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주춧돌이었다.
하지만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 친환경 제조, 순환경제 등
글로벌 어젠다에 맞게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다행히 고기능성 소재, 친환경 섬유, 디지털 프린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산업 생태계를 설계․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실타래를 푸는데 앞장서고자 한다.
셋째, 소상공인들이 기 펴고 사는 세상에 기여하겠다.
20살 약관 나이에 소상공인으로 시작해서인지 전국 대리점 사장님들께 누구보다 애틋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녹록치 않아 답답함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민생회복 지원정책을 환영하며,
나 역시 전국 대리점 기살리기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정책 제안에 한층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가꾸겠다.
지금은 영면하신 싱가포르 크로커다일 창시자 다토 탄 회장님께
‘대나무 그림’을 선물 받았다.
‘1년에 한 마디씩 자라는 대나무처럼 잘 되라’는 기원을 담아주셨다.
경영환경은 언제나 위기와 기회가 함께 존재해왔지만,
멀리 신중하게 바라보며 지속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고
100여년 여무는 곧은 생명력의 대나무처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되새긴다.